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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교 한라비발디

부동산뉴스

2900억원 평택 물류센터 놓고, 시행·시공사 법적 분쟁

시행사 알앤알물류, 포스코이앤씨의 ‘소유권 확보’ 시도에 반발

공사비 급등과 내수 경기 부진으로 업무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완공된 2000억원대 수도권 물류센터 소유권을 두고 시행사와 시공사(건설사)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건설사는 1200억원 넘는 사업비 대출을 대신 갚아줬다는 이유로 시행사가 금융사에 담보로 맡긴 지분을 갖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법원이 건설사 손을 들어주면, 시행사 소유주는 회사는 물론 최악의 경우 토지 소유권도 잃게 된다. 이에 시행사는 “건설사가 약속한 공사 기간을 지키지 않아 사업 차질의 빌미를 제공해 놓고도 회사와 토지 소유권까지 가져가는 건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원으로 넘어간 물류센터 소유권 분쟁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3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행사 알앤알물류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알앤알물류를 대신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갚아줬으니, 대출 계약 당시 담보로 제공됐던 알앤알물류 이헌석 대표 가족의 소유 주식 100%에 대한 소유권도 포스코이앤씨로 넘어왔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는 취지다. 반면 이 대표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사로서 공사를 제때 마치지 못한 게 대출을 못 갚은 결정적 원인이었기 때문에 주식 소유권 이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양측 의견을 듣기 위한 첫 변론기일을 이달 24일로 잡았다.

이 대표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소재 6만7652㎡(약 2만460평) 부지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인허가 절차를 밟았다. 인허가 직후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해 2021년 2월부터 2년간 공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예상보다 1년 늦어지면서 실제 완공은 올해 2월 16일 이뤄졌다.

통상 물류센터 개발에서 시행사는 PF로 사업비를 조달하고, 건물이 올라가면 임차인인 화주(貨主)를 유치한 실적으로 담보 대출을 받아 기존 PF 대출을 갚는다. 하지만 알앤알물류의 평택 물류센터는 PF 대출 만기일(3월 18일)을 약 한 달 앞두고서야 완공됐고, 임차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알앤알물류는 PF 상환에 실패했다. 이에 대출 지급 보증을 섰던 포스코이앤씨가 사업장 부도를 막기 위해 대출금 1250억원을 대신 갚았고, 알앤알물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알앤알물류 소유권을 법원에서 인정받게 되면 경영권도 갖는다. 이렇게 되면 물류센터 매각을 통해 대신 갚아준 대출금과 미수 공사금 811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채권 보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사 기간 못 지킨 책임 소재 놓고 공방

알앤알물류는 대출을 못 갚은 것은 포스코이앤씨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이앤씨는 당초 예정했던 작년 2월까지 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게 되자 3월 만기였던 PF 대출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당시 포스코이앤씨는 알앤알물류와 금융사에 2023년 8월까지 모든 공사와 지자체 승인 절차까지 마치는 ‘책임 준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준공이 올해 2월로 늦어진 탓에 화주를 정상적으로 구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PF 대출 상환도 못 했다는 게 알앤알물류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책임 준공을 약속했던 작년 8월을 기준으로 시공되지 않은 공정이 100건에 달했다”며 “공사 일정이 늦어지자 입주를 기다리던 화주들이 모두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 측은 “책임 준공 시점 공정률이 98.8%였다”고 반박했다.

알앤알물류는 임차인을 구하고 담보 대출만 받을 수 있게 되면 포스코이앤씨가 대신 갚아준 대출금과 미수 공사비까지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알앤알물류가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산정받은 물류센터의 가치는 작년 2월 기준 약 2900억원이다. 이 대표는 “시간이 몇 달만 있어도 충분히 돈을 갚을 수 있는데, 굳이 회사 소유권을 가져가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알앤알 물류센터 프로젝트는 수요 예측 실패 등으로 우리도 공사비 미수금에 대신 갚아준 대출금까지 피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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